[머니투데이 김지산 기자] [균주 출처 및 제조방법 소명 요구할 듯… 거부하면 원고 주장 모두 인정]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대웅제약을 상대로 보툴리눔 톡신 균주 출처와 생산에 관한 조사에 착수했다. ITC가 조사에 착수하면서 대웅제약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 균주 출처를 둘러싼 논란에 종지부가 찍힐지 주목된다.

3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현지시간) ITC는 '특정 보툴리눔 톡신 제품과 동일 내지 유사 제품 제조공정'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제목에서 말하는 특정 보툴리눔 톡신은 대웅제약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다. 동일하거나 유사한 제품은 메디톡스 제품 '메디톡신'이다. 나보타 균주 근원과 메디톡신 제조공정을 도용했느냐를 따지겠다는 의미다.

메디톡스가 지난 1월 말 미국 파트너사 앨러간과 함께 ITC에 대웅제약과 대웅제약 파트너사 에볼루스를 제소했다. 메디톡스는 이때 옛 직원이 자사 보툴리눔 톡신 균주와 제조공정을 대웅제약에 불법으로 넘겼다고 주장했다.

ITC 조사는 보통 15~18개월 정도 진행된다. 이 기간 중 ITC는 대웅제약에 의혹 소명을 요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대웅제약이 답변을 거부할 수 있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 미국 관세법 337조는 ITC 조사가 개시된 이상 피신청인이 의혹을 소명하지 않으면 신청인 주장을 진실로 간주해야 한다고 규정하기 때문이다.

대웅제약이 ITC 조사에 불응, 수출을 포기하는 대신 미국 내 생산으로 방향을 전환할 수도 있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나보타 승인을 받은 만큼 가능한 시나리오다. 바이오업계는 그러나 생물학적 무기로 활용될 수 있을 정도로 독성이 강한 보툴리눔 톡신 균주가 미국에 상륙할 가능성이 극히 희박할 것으로 본다.

메디톡스는 그동안 대웅제약 나보타 균주를 놓고 염기서열을 공개하라고 압박해왔다. 대웅제약은 이에 응하지 않고 경쟁사 흠집내기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메디톡스는 2016년 대웅제약이 자사 균주를 훔쳤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지만 무혐의로 종결됐다. 다툼은 미국으로 이어져 지난해 메디톡스는 오렌지카운티 법원에 민사소송을 냈지만 현지법원은 한국에서 해결할 문제라고 거리를 뒀다. 이후 싸움 무대는 국내 법원으로 옮겨져 현재 1심이 진행 중이다.

메디톡스는 이번에야말로 나보타 균주 출처를 둘러싼 다툼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게 됐다는 입장이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ITC의 조사 개시 자체가 대웅제약에 혐의를 두고 있다는 의사 표현"이라며 "진실이 밝혀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웅제약은 경쟁사 발목잡기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FDA에서도 균주 근원을 판단하는 데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은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경쟁사 발목잡기 행태를 중단해달라"고 말했다.

김지산 기자 s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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