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MSCI 신흥시장지수 內 중국A주 확대 여부 결정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MSCI 편입 국내 115개 대형주
수급에 부정적 영향 가능성

지수추종 펀드, 韓비중 이미 줄여
"실제 매도 규모는 크지 않을 것"

 


MSCI 신흥시장(EM) 지수 내 중국 A주 비중 확대 여부가 이달 말 결정된다. 중국 A주는 상하이와 선전 증시에 상장된 중국 본토 주식을 말한다. 비중이 확대되면 2조원 이상의 외국인 자금이 한국 증시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시장 참가자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당장은 큰 충격이 없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중국 A주 비중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어 한국 증시 수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된다.

중국 비중 확대에 외국인 이탈 가능성

올 들어 한국 증시를 밀어 올린 것은 외국계 패시브 펀드였다. 외국계 패시브 펀드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외국인 비차익 프로그램 매매는 올 들어 4조488억원(유가증권시장 기준)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패시브와 액티브 펀드를 모두 포함한 외국인 순매수액은 3조8490억원이었다. 외국인 순매수가 대부분 패시브 펀드에 의해 이뤄졌다는 뜻이다.

하지만 패시브 자금이 한국 증시로 계속 유입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의 MSCI EM 지수 편입이 확정된 데 이어 이달 말에는 중국 A주의 추가 편입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송승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MSCI EM 지수에 편입된 115개 국내 대형주 수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MSCI는 지난해부터 중국 A주(대형주)의 시가총액 5%(235개 종목)를 EM 지수에 반영하고 있다. 이를 시가총액의 20%(249개 종목)로 확대하고, 중형주 시가총액의 20%(434개 종목)도 새로 반영할지 여부가 이달 말 발표된다. 비중 확대가 결정되면 MSCI EM 내 중국 A주 비중은 현재 0.7%에서 오는 8월 말 2.8%로 늘어난다. 중형주까지 포함되는 내년 5월 말에는 비중이 3.4%에 이른다.

강송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8월 말 2.5% 비중을 차지할 사우디아라비아까지 고려하면 중국 A주 추가 편입으로 한국 비중은 0.75%포인트까지 줄어들지 모른다”며 “한국 시장에서 외국인 패시브 자금이 2조5000억원, 액티브 자금까지 더하면 10조원까지 빠져나갈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MSCI EM 지수 추종 자금이 2조달러(약 2259조원)에 이르기 때문에 소수점 이하의 비중 변화에도 수조원 규모의 자금이 영향을 받는다는 설명이다.


“당장은 영향 크지 않을 것”

이론적으로 수조원대 순매도가 나올 수 있지만 실제 규모는 그보다 작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MSCI EM 지수 내 한국 비중이 지난해 14.8%에서 현재 14.0%로 줄어들었고, 최근 신흥국 펀드들이 벤치마크보다 적은 비중을 한국에 할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송 연구원은 “MSCI EM 지수를 따르는 189개 주요 글로벌 공모펀드의 평균 한국 비중은 11.4%고, 중간값도 12.9%에 불과하다”며 “지수 비중인 14.0%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5월 말 중국 A주 1차 편입 시 8조원의 외국인 순매도가 예상됐으나, 전후 3개월 동안 외국인 순매도는 3조5000억원에 그쳤다. 8월 말 2차 편입 때는 5000억원 순매도가 예상됐지만 실제로는 1조5000억원 순매수가 일어났다.

중국 A주 추가 편입이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이중호 KB증권 연구원은 “MSCI가 지난해 9월 중국 A주 추가 편입 계획을 발표했지만 최근에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장기적으로 중국 A주의 비중 확대는 불가피한 만큼 한국 증시의 수급이 나빠질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중국 A주가 100% MSCI EM 지수에 반영되면 한국 비중은 12.3%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미국과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주식과 중국 A주를 더한 지수 내 중국 비중은 현재 31%에서 41%로 늘어나게 된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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