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석 특파원 ]
“미중 갈등은 무역갈등이 아닌, 기술전쟁이다. 중국의 국유기업, 보조금 등에 대한 문제는 쉽게 해결될 수 없다. 이번에 합의가 되어도 기술전쟁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기술업종 기업은 공급망을 바꿔야할 것이다.”

미중 기업 협의회(US-China Business Council)의 크레이그 앨런 회장을 만났습니다.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의 협의체입니다.

그는 미 상무부 중국담당 부차관보, 아시아담당 차관보를 지낸 중국 전문가입니다. 상무부 소속 국제무역청(ITA)에서도 중국 경제담당 언부를 오래 했고, 브루나이 대사를 지냈습니다. 한미 자유무역협상(FTA) 때 실무를 담당하기도 했습니다.

▶미중 정상회담 개최 시기, 양국 생각이 다르다

미중 무역갈등은 WTO 바깥에서 일어나고 있다. 미국은 301조, 232조 등 미국 법에 의해 관세를 매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며칠 전 3월2일로 예고됐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 인상을 연기했다. 만약 미국이 관세를 25%로 올렸다면,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이 미쳤을 것이다.남아공, 터키, 브라질 등까지 부정적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트럼프가 예고한 시진핑과의 최종 정상회담은 언제 열릴 수 있을까.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봄이 되기 전에 열고 싶어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인 중부의 농부들에게 봄의 농산물 가격은 매우 중요하다. 대두와 옥수수, 돼지고기, 소고기 등의 가격에 따라 농부들은 상응하는 대출을 받을 수 있고, 뭘 심을지 혹은 뭘 키울지를 정하게된다.

현재 농부들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의 수입 중단으로 가격이 매우 떨어져있다.

중국은 가장 먼저 미국산 농산물, 에너지 등의 수입을 늘리겠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시진핑 주석은 서두를 것 같지 않다.

우선 장소의 문제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열기를 원했다. 하지만 중국 언론은 아무도 장소로 마라라고를 보도하지 않았다. 시 주석은 마라라고에 와서 협약을 맺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외교 관례상 프로토콜로 웃기는 일이다.(중국측 체면을 구기는 일이다)
중립적 장소로는 어디가 있을까. 6월말이다. G20 회의가 오사카에서 열린다.

하지만 트럼프로서는 그때까지 기다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차라리 이번 베트남 미북정상회담을 끝내고 오는 길에 중국에 들러서 협약을 맺으면 체면이 구기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 때까지 협약이 준비될 것인가.

▶양국 갈등은 무역갈등 아니다. 기술전쟁이다.

나는 양국의 갈등을 무역갈등이라고 보지 않는다. 이건 테크워, 즉 기술전쟁이다. 미래 기술 주도권을 놓고 벌이는 싸움이다.

그리고 이건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아니다. 글로벌 스탠더드에서 점점 멀어지는 중국과 세계의 갈등이다. 미국이 이기면 한국 기업들도 큰 혜택을 보게된다.
중국이 안고 있는 문제는 쉽게 해결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쉽사리 해결이 어려운 중국의 문제

중국의 문제는 크게 10가지다. 자세히 살펴보자.

1. 국유회사 = 정말 크다. 한국의 재벌과 비슷하지만 민간 회사가 아니란 점이 아니다. 이들과는 경쟁을 할 수 없다. 국유회사가 존재하는 산업은 독과점이 있다고 보면 된다. 경쟁이 불가능하다.

2. 보조금 = 중국은 막대한 돈을 보조금으로 투입한다. 사실상 공돈이다. 그래서 조선 철강 등에서 엄청난 과잉생산을 만들어냈고, 세계적인 가격 파괴를 불렀다.
한국 IT 회사들이 중국 시장에서 보조금을 받는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었는가?

3. 해외 투자 제한 = 중국에선 해외 기업이 투자할 수 없는 업종이 너무 많다. 통신 미디어 에너지 건설 등. 이렇게 많은 업종에 투자할 수 없는 곳은 중국뿐 아니다. 심지어 아프리카, 남미, 중동에서도 그렇지 않다.

4. 외투기업에 대한 차별 = 중국에선 기업에 4가지 등급이 존재한다. 국유기업이 첫번째, 두번째가 중국 민간기업, 세번째가 합자기업, 네번째가 외투기업이다. 법원을 가던, 관청을 가던 엄청난 차별을 받게된다.

5. 법이 모호하다 = 중국은 법이 모호하다. 행정에서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이다.이건 WTO 규정에 맞지 않는다.

6. 지식재산권 관련 불공정한 보호= 해외 기업의 지식재산권이 침해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하지만 중국 기업의 지식재산권이 침해되면 큰 처벌을 받게된다. 그래서 모조품이 범람한다. 모조품이 구두 옷이라면 큰 문제는 아니지만, 약, 자동차, 항공기 부품 등까지 만들어진다면 큰 문제다.

7. 공산당의 역할 = 경제뿐 아니라 기업에서 공산당의 역할이 너무 크다

8. 중국제조 2025 = 반도체 항공 제약 등 첨단 기술산업에사 수입을 대체하고 중국 회사들이 세계를 제패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이 있다. 이건 WTO 규정에 맞지 않는다.

9. 기술 민족주의 = 5G통신, 제약, 전기차 등 하이테크 산업에서 해외 회사를 허용하지 않는다. 이건 과거 한국, 일본과 비슷하다. 하지만 한국, 일본은 민간 회사가 주도했지만 중국은 정부에 의해 주도된다.

10. 정보 통제 = 수많은 정보가 정부에 의해 통제된다.

▶무역합의...일시적 휴전에 그칠 것

이런 상황에서 미중 양국이 협약을 맺는다면 어떤 형태가 될 것인가.

바로 작년 7월26일 EU와 미국이 맺은 협약과 비슷한 형태가 될 것으로 본다. 당시 융커 위원장은 아무런 준비없이 백악관을 방문했다가 15분만에 협상을 끝내고 발표했다.

하지만 양측은 지금도 농업이 협상 대상에 포함됐는가, 아닌가를 놓고도 싸우고 있다. 모호하고 해결된 게 실제 없다. 이건 협상 원칙의 나열이었을 뿐이다. 관세 부과는 중지됐다고 하지만 그것도 모호하다. 기간이 없다.

군사적으로 보면 휴전이지만, 평화조약은 아니다.

▶중국의 6가지 양보, 트럼프의 승리 주장

중국이 양보할 수 있는 건 다음과 같다.

1. 중국의 미국산 제품 구매 확대 = 농업, 에너지 제품 구매 확대
2. 중국의 금융, 자동차 시장 개방
3. 사이버 해킹 등 중단 = 말로만 할 수 있다.
4. 지식재산권 보호 =어차피 이제 중국 기업들이 스스로 개발하고 있다.
5. 기술 이전 강제 = 법으로 쓰는 건 가능하다. 지키는 건 다른 문제다.
6. 환율 조작 = 중국 정부도 환율을 낮게 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트럼프는 이렇게 6가지를 받아내고 승리를 주장할 것이다. 하지만 국가의 역할, 국유기업, 보조금 등에선 합의와 양보를 받아내기가 거의 어려울 것이다. 이를 둘러싼 갈등은 계속될 것이다.

해외 기업에 대한 차별대우는 민족주의 같은 것이다. 생각을 바꿔야하는 게 그건 매우 어렵다.

▶계속 이어질 기술전쟁, 한국 기업 개념 바꿔야

기술 개발에 대한 중국의 생각은 다른 나라와 다르다. 점점 기술 개발은 글로벌 스케일이 되어가고 있고, 각국은 전문화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모든 것을 중국 회사가 하길 원한다.

한국 기업들이 생각해야할 일은 다음과 같다.

이건 기술 전쟁이다. 당신이 음식료, 섬유 등의 업종이라면 괜찮을 것이다. 하지만 기술업종에 있다면 공급망관리부터 R&D 기지를 어디에 설치하느냐 등을 다시 한번 갱각해야할 것이다.

미국 정부는 중국 기업의 투자와 중국에 대한 기술 수출 등에 대해 매우 까다롭게 규제하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도 마찬가지다. 기업들도 이제 R&D 개발, 투자, 기술 수출 등에 있어서 승인을 받기 어려워질 것이다.

기술은 안보, 군사와 매우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에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2차 북미 정상회담
금강산 관광 11년 만에 재개되나…北 비핵화 이끌 '당근' 급부상

최근 방북인사 "北도 동의"…하노이 담판 핵심의제 될 듯
"제재 틀 안에서 이행 가능"…韓·美 워킹그룹 조율 마쳐

北, 핵동결 상응조치로 남·북경협 재개 요구
20일에 시작될 '비건-김혁철' 의제협상서 담판
"유엔 제재 둑 무너질 수도…당장 실현 미지수"

[ 박동휘 기자 ]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현물 납부 방식의 금강산관광 재개를 북측에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미 워킹그룹(실무협의체)을 통해 미국과의 조율도 마쳤다. 금강산관광 재개가 오는 27~28일 열릴 예정인 2차 미·북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로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 12일부터 이틀간 금강산을 다녀온 남북교류단체 관계자는 18일 “현금 유입 없는 금강산관광 재개를 정부가 북한에 제안했고, 북측도 이에 동의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금강산 및 개성공단과 관련해 “조건 없는 재개”를 강조한 바 있다.

정부의 이 같은 제안은 미국과의 협의하에 진행됐다. 남북관계에 밝은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정부는 6일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의 평양 방문 전 대북 제재의 틀을 유지하면서 남북 경협을 재개할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강산관광은 현대아산이 북한에 필요한 물품을 현물로 지급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개성공단에 대해선 에스크로 계좌(제3자 예치)를 활용하는 방안, 북한근로자협의회(가칭)에 대금을 지급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을 ‘비핵화의 문’에 들어서게 하기 위한 유인책으로 어떤 식으로든 남북 경협 재개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이날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비핵화 로드맵을 이끌어내기 위해선 보상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한 외교소식통은 “개성공단은 미국의 정무적 판단이 필요해 당장은 어렵다”며 “관광 자체는 제재 대상이 아니므로 금강산관광이 먼저 재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강산 관광 등 남북경협 재개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대북제재의 틀을 유지하면서 경협을 재개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에 대해 남·북·미 3자가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건은 이를 베트남 하노이(27~28일)에서 열리는 미·북 2차 정상회담에서 어떻게 소화하느냐다. 북한은 영변핵시설 폐기 등 핵 동결에 대한 당장의 상응조치로 경협 재개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디어가 현실로

남북경협의 ‘우회로’가 처음 언급된 건 지난달 11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발언에서였다. 더불어민주당 초청 강연에서 강 장관은 “대량 현금(bulk cash)이 유입되지 않는 방식으로 해결하는 방법을 연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식량, 의약품 등 인도적 차원의 물품을 대금으로 지급하면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와 미국 독자제재를 피할 수 있을 것이란 얘기였다.

유엔 안보리는 북한에 대한 대량 현금 유입뿐만 아니라 합작회사 금지, 전자제품 등 특정 물품 수출입 금지, 금융 관계 차단 등 촘촘한 제재망을 펼치고 있다. 강 장관의 발언은 제재 틀을 유지하면서도 남북경협을 재개할 방안이 있다는 것으로 해석되면서 상당한 관심을 끌었다.

파장을 의식한 듯 닷새 뒤인 16일 강 장관은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정부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지금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17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방미 직전 돌연 말을 바꾼 것이다. 미·북 고위급 회담이 성사되는 등 작년 11월 중단됐던 미·북 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남북경협이란 미묘한 의제를 일단 넣어두자는 차원이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17일 통일부는 개성공단 기업인의 방북 신청을 보류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비건-김혁철 라인’ 남북경협 논의했나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하던 남북경협 재개 방안이 다시 떠오른 건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이달 5일 방한했을 때다. 평양행을 앞두고 있던 비건 대표에게 한국 정부가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재개 방안에 대해 그간의 ‘연구 결과’를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건 대표는 평양에 가기 약 보름 전인 지난달 19~21일 스톡홀름에서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와 첫 실무협상을 했다. 당시 협상에 대해 비건 대표는 “모든 의제를 협상 테이블에 꺼내 놓고 대화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평양 협상에서 북측이 요구하는 제재 완화와 관련해 비건 대표가 나름의 ‘카드’를 준비하려는 차원에서 한국 정부의 설명을 들었다는 얘기다.

남북경협 ‘우회로’는 작년 말부터 한·미 워킹그룹 차원에서 논의돼온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워킹그룹 내 미국 측이 선임한 미국법 전문가가 있다”며 “국제 사회와 미국의 제재 질서 내에서 남북 관계를 진전시킬 방안을 지속적으로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국 정부는 지난해 11월 초 김영철 부위원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뉴욕회담’이 무산된 이후 미·북 협상 교착을 뚫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준비해왔다. ‘남북관계 과속론’을 잠재우기 위해 경협 논의를 작년 11월20일 출범한 한·미 워킹그룹 내로 들여온 게 대표적인 사례다. 올 1월의 스톡홀름 실무협상도 한국 정부의 보이지 않는 중재가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막판 실무협상에서 판가름

제재의 틀 안에서 남북경협이 재개될 수 있다는 데 남·북·미 3자가 인식을 같이하고 있지만 당장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오는 20일께 시작될 ‘비건-김혁철’ 간 막판 의제협상에서 담판이 이뤄질 전망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현물 납부 방식을 통한 금강산 관광이 제재 대상이 아니라 하더라도 미국이 하노이 회담에서 이를 상응조치로 내놓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제재를 일단 완화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제재의 둑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하노이 선언’에 남북경협 부분 재개가 유화책으로 담길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18일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문 특보는 “북한의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한 보상은 필수”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보상책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연락사무소 설치와 종전선언만으로는 북한이 만족하지 않을 것”이라며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등을 제재의 예외로 인정하지 않으면 북한이 비핵화에 소극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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