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 네트워크 활용해 더 빠르게 배달

(지디넷코리아=안희정 기자)"쿠팡이 로켓배송을 시작했을 때 받은 질문이랑 비슷하다. 'CJ대한통운이 있는데 택배해서 뭘 잘 하겠다는거야?', '지마켓 같은 회사가 있는데 왜 하려는거야?' 등. 쿠팡은 맛있는 음식점을 섭외해 고객이 쉽게 선택해서 결제할 수 있게 할 것이다. 물류 네트워크를 활용해서 고객에게 더 빨리 가져다줄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이것이 쿠팡이 다른배달 앱하고 다른 점이다."'

지난달 28일 오후 7시. 쿠팡이 서울 잠실 사옥에서 개발자를 대상으로한 '테크 오픈 하우스'라는 행사를 열었다. 이 행사는 쿠팡 직원들이 지인 개발자를 초대해 쿠팡 서비스와 향후 방향 등을 설명하는 자리로, 전국 각지에서 모인 약 300여명의 개발자가 자리를 채웠다.

쿠팡은 개발자 수가 전체 사무직군의 40%를 차지하고 있으며, 더 많은 개발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노력중이다. 이번 행사도 채용의 일환으로 계획됐다고 할 수 있다.

쿠팡 (사진=지디넷코리아)

이날 쿠팡은 곧 선보일 음식 배달 서비스 '쿠팡이츠', 일반인을 활용해 배달 서비스를 하는 '쿠팡 플렉스', 간편결제 서비스 '로켓페이' 등을 소개했다.

특히 쿠팡이츠는 아직 서비스 되기 전으로, 쿠팡이 빠르게 성장하는 배달 시장에 새롭게 뛰어든 배경에 대해 들을 수 있는 자리라 참가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쿠팡이츠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윤치형 PO(프로덕트 오너)는 쿠팡의 장점을 '수요', '기술', '물류'라고 설명했다. 쿠팡이 잘할 수 있는 이 세가지가 있기 때문에 음식 배달은 자연스러운 사업 확장이라는 설명이다.

PO는 "몇십년 후에는 '너네 집에 주방도 있어?', '밥을 직접 해먹어?'라는 말이 나올 수 있듯이 음식 배달 시장은 성장하고 있다"며 "이것은 물류의 문제로, 쿠팡이츠에도 이런 노하우들이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치형 쿠팡 PO (사진=지디넷코리아)

PO는 몇가지 숫자를 통해 쿠팡이츠의 가능성을 간접적으로 보여줬다. 매월 1천300만명이 쿠팡앱을 사용하고 있으며, 40여개 물류센터에서 매일 170만개의 상품이 출고되고 있다. 멤버십 서비스인 로켓와우 가입자 수는 160만명을 넘어섰다.

이런 숫자들을 바탕으로 생긴 노하우를 통해 쿠팡은 여러개의 음식 배달을 소화해 낼 수 있도록 경로를 구축하고, 수요도 예측하고, 예측한 수요에 맞게 적절한 보상을 측정해 배달을 완료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엔 배달 전문 기사나 일반인 배달 기사인 쿠팡 플렉서가 투입될 수 있다. 윤 PO는 "최대한 배달 시스템을 정확히 구축해 새로운 지역에 가더라도 빠른 배송을 할 수 있도록 개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쿠팡 플렉스에 대해서도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이 서비스를 담당하는 이율희 PO는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나는 물량을 처리할 방법을 고민하다가 쿠팡 플렉스가 탄생했다"며 "아마존 플렉스에서 영감을 얻었고, 배송 물량이 집중돼 있는 아파트 단지에서 테스트를 한 후 서비스하게 됐다"고 말했다.

처음에 플렉서는 쿠팡맨이 전달해준 물건을 배송하는 워크맨(Walkman) 형태였다. 그러다가 두 달이 채 걸리지 않아 자동차로 물류 캠프에서 직접 물건을 가져와 배송하는 카플렉스 운송 형태로 변했다.

PO는 매일 4천명 정도의 쿠팡 플렉서가 출근을 하고 있으며, 배송의 많은 부분을 그들이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송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인이지만,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큰 어려움 없이 배송 작업을 할 수 있다고도 설명했다.

PO는 "쿠팡맨이나 플렉서 모두 쿠팡과 함께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쿠팡은 운영과 기술, 투자가 갖춰진 회사이기 때문에 새로운 프로그램들을 끊임없이 시험할 수 있고, 테스트를 바탕으로 서비스가 탄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율희 쿠팡 PO (사진=지디넷코리아)

쿠팡 페이먼트 조직의 리더인 정보람 시니어 디렉터는 "고객 집착, 실행 속도,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으로 지금의 쿠팡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며 "쿠팡의 10년 후의 모습은 알 수 없지만, '좀 더 많은 고객들이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지?'라고 말하게 되는 미션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쿠팡은 테스트 결과 없이는 의사결정을 하지 않는다"며 "모든 의사결정은 데이터로 하기 때문에 쿠팡의 미래가 밝다고 할 수 있다"고도 말했다.



안희정 기자(hjan@zdnet.co.kr)

신세계 온라인통합법인 내달 출범
백화점·이마트와 시너지 노려

7개 온라인몰 통합 한창인 롯데
온·오프 연계 앞선 쿠팡과 삼파전
오프라인 유통의 강자인 신세계가 ‘이커머스’ 시장에 포문을 연다. 신세계그룹은 내달 1일, 온라인 통합법인 에스에스지닷컴(SSG.COM)이 공식 출범한다고 26일 밝혔다. 백화점·이마트 등 온라인을 합한 법인으로 올해 매출 3조1000억, 4년 후에 10조원을 목표로 내걸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최근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건립, 1조원 투자 유치 등 이커머스 부문에 각별한 신경을 써왔다. 이커머스에 유통의 미래가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신세계는 온라인 사업의 핵심 경쟁력인 배송 서비스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기로 했다. 현재 김포·보정(용인)의 물류센터 외에 김포에 온라인 전용센터를 하반기에 구축한다. 온라인 전체 주문량의 80%를 차지하는 수도권 지역 배송효율을 높이기 위한 포석이다. 또 전국 100여 개 이마트를 활용한 배송 기능도 확대한다. 온라인 주문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해결하는 ‘O4O(Offline for online)’ 전략이다. 콘텐트는 백화점·이마트 등이 보유한 400만 가지의 직배송 상품으로 3시간 단위 예약배송과 당일 배송 비율을 높이는 방안이 핵심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신세계의 이커머스 진격은 경쟁자인 롯데·쿠팡에 비해 늦은 감이 있다. 롯데는 지난해 8월 이커머스 사업본부를 구축하고, 2020년 3월 롯데 산하 7개 온라인몰을 통합·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2022년까지 3조원을 투자해 매출 20조원을 달성해 이커머스 1위 자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롯데의 전략도 신세계와 마찬가지로 배송 전진기지 구축, 즉 물류센터 확장이다. 여기에 현재 7개 몰을 통합할 경우 상품 수가 2000만 개에 달한다는 것도 장점이다. 또 인공지능(AI) 음성인식과 대화방식을 통한 상품추천과 구매가 가능한 ‘보이스 커머스’도 핵심 전략이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기존 백화점·마트·슈퍼 등 오프라인 점포를 거점으로 배송 지역과 상품에 따라 각각 30분·3시간·24시간에 완료하는 전략”이라며 이를 위해 “온라인 통합에 1조원, 시스템 구축에 5000억, 고객 확보와 마케팅에 1조5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오프라인 ‘유통 강자’ 신세계·롯데의 경쟁 상대는 쿠팡이 유력하다. 이들이 구축하려는 온·오프 기반을 쿠팡은 3년 전부터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객관적인 수치로 봐도 쿠팡이 앞선다. 쿠팡은 20여 개의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구축했으며, 올해 이를 2배로 늘릴 계획이다. 또 롯데·신세계가 각각 하루 30만·8만 박스를 배송하고 있지만 쿠팡은 이미 100만 개를 넘어섰다. 지난해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비전펀드로부터 받은 2조원의 자금 등 화력도 든든하다.

지금까지 온라인쇼핑은 쿠팡을 비롯한 G마켓·11번가·티몬·위메프 등 오픈마켓이 이끌어왔다. 특히 거래액 10조원(2018년 기준)에 육박하는 G마켓·11번가가 선두를 달렸다. 이들은 가격을 대폭 할인하는 ‘딜(Deal)’과 프로모션 정책으로 시장을 주도했다. 하지만 이 때문에 영업이익률은 현저히 낮았다. 모든 오픈마켓이 매출은 증가하고 있지만, 흑자를 내는 곳은 G마켓 한 곳뿐이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롯데·신세계·쿠팡 등 ‘직매입(상품을 직접 구매하고 재고까지 책임지는 방식) 3자’가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한다. 자체 물류센터와 경쟁력을 갖춘 자체 상품이 온라인쇼핑을 주도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제는 ‘할인 경쟁’으로 덩치만 불리는 시대는 끝났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쿠팡의 지난해 매출은 4조5000억~5조원(추정)으로 매출로 치면 롯데(약 8조5000억원)에 이은 2위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올해가 이커머스 새판짜기의 원년이 될 것”이라며 “기존 온라인 강자와 롯데·신세계 등 오프라인 강자, 여기에 네이버·카카오 등 IT 기업 등이 이커머스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커머스 핵심 역량은 AI·빅데이터 등을 활용한 고객 획득 능력과 이를 바탕으로 가장 빠르고 효율적으로 배송하는 능력, 즉 배송·물류 구축이 될 것”이라며“이커머스에 맞는 성공 방정식을 빨리 체화하는 기업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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