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신라젠] ②임상적 유용성에 낮은 평가…까다로운 임상디자인, 환자 모집 난항

[편집자주] 신라젠은 펙사벡이 가진 핫한 이슈성만큼이나 갖가지 추측과 소문이 끊이지 않는다. 당초 계획보다 임상이 지연되고, 뚜렷한 매출이 없어도 시총 5조원을 넘어서는 것도 이런 관심이 반영된 결과다. 하지만 신라젠을 바라보는 업계 시각은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그럼에도 신라젠은 신규 파이프라인을 늘려가고 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대박의 가능성에 가려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지 짚어봤다.



[팍스넷뉴스 남두현 기자] 간암환자를 대상으로 글로벌 3상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는

(대표 문은상)의 항암바이러스 펙사벡(Pexa-Vec)이 임상적 유용성과 관련해 각박한 평가를 받고 있다.

 


 

펙사벡은 앞서 임상 2a상(Stage B, C 대상)에서 8주째에 고용량 투여군(16명)의 전체생존기간(OS)이 14.1개월로 저용량 투여군(6.7개월, 14)보다 높은 유의미한 결과를 보였다. 임상 참여환자 가운데 완전관해(종양이 발견되지 않은 상태)가 나온 것으로 알려져 주목받기도 했다. 하지만 기존 간암치료제인 넥사바(성분명 소라페닙)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2b상(총 129명, 대조군 플라시보)에서는 생존율 지표를 충족시키지 못해 실패로 돌아갔다.


 

신라젠은 펙사벡과 넥사바를 병용하는 3상 임상은 앞선 연구에서 펙사벡 투여 후 넥사바를 처방한 일부 환자가 치료 효과를 보인 데서 비롯됐다 밝혔다. 하지만 펙사벡 임상을 진행하고 있는 일부 교수들은 변경된 임상 디자인에도 비관적인 전망을 내비치고 있다.


 

펙사벡 3상에 참여 중인 주요 대학병원 교수는 “임상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조심스럽지만 현재로선 문제가 많다”며 “2상 임상도 좋은 경험이 아니었던 만큼 3상도 별로 기대는 하지 않고 있다. 다른 교수들도 펙사벡의 효과가 뚜렷하게 있을지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고 전했다.


 

신약 개발단계에서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방식으로 임상 디자인을 짜는 것은 일반적이다. 하지만 신라젠의 경우 2a상, 2b상에선 넥사바와 병용하는 디자인이 아니었지만 임상 3상부터 펙사벡 투여 후 넥사바를 처방하는 임상 프로토콜이 적용됐다. 사실상 3상에 들어가서야 프로토콜을 검증하게됐다는 점은 연구자들 시각에선 부정적이란 평가다.


 

임상 프로토콜 담당자는 “신라젠이 성공적이라고 밝힌 2a상은 용량을 확인하는 초기임상으로 완전관해 의미를 크게 볼 수는 없는 부분인만큼 3상에서 입증해야 한다”며 “펙사벡 투여 후 넥사바를 복용하는 프로토콜이 3상에서 처음 확인 절차를 거치게 됐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봤다.


 

신라젠에 따르면 넥사바와 병용임상은 3상을 앞두고 미국 FDA(식품의약국)의 지시 이후 구체화됐다. 환자의 안전성과 윤리적인 측면에선 생명이 위태로운 암환자들을 대상으로 후보물질 단계인 펙사벡만을 투여할 수 없는 만큼 펙사벡 효과가 미미하더라도 넥사바로 연명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선택이다. 신라젠도 임상 3상초기 당시 임상디자인을 설명하며 동물실험 등을 통해 단독보다 넥사바와의 병용을 하는 것이 질병 통제율을 높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힌 바 있다.


 

펙사벡 3상 임상 대상은 말기 간암환자 중 넥사바를 투여 받지 않은 진행성 간암환자다. 신라젠은 그 중에서도 병기가 Stage B와 C인 환자를 타깃으로 결정했다. 다만 세부적인 임상 프로토콜은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임상 현장에선 펙사벡의 임상디자인에 해당되는 환자를 찾기 쉽지 않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개발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신라젠의 임상 프로토콜이 다소 까다롭게 설정됐다는 지적이다.


 

2016년 1월 첫 환자가 등록된 펙사벡 3상 임상의 목표 환자 수는 600명이다. 300명은 넥사바를 단독 처방받고, 300명은 펙사벡을 2주 간격으로 3회 투여한 후 넥사바를 처방받는 구조다. 신라젠은 2017년까지 환자 모집을 완료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현재까지 모집된 환자는 380명을 조금 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임상 시험을 진행중인 한 교수는 “(병변의) 범위가 너무 크면 적용이 안 된다. 임상을 원하는 환자들은 병의 진행이 너무 많이 된 환자인 만큼 임상 프로토콜에 맞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교수도 “임상 프로토콜이 까다로워 모집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펙사벡 임상에 마땅한 환자들이 없어서 등록된 환자가 얼마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신라젠의 임상 3상이 임상평가 지표를 충족하더라도 상업적인 성공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펙사벡이 현재와 같이 까다로운 스크리닝을 거쳐 임상시험 대상자를 선별하고 긍정적인 결과를 발표한다 해도 드라마틱한 결과가 나오지 않는 이상 넓은 허가범위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단 3번 투여로 끝나는 펙사벡의 투여용법을 감안하면 급여적용이 어려워질 경우에는 활용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향후 보험급여 전략에서도 불리한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펙사벡의 상업성은 세부 프로토콜과 함께 최종 임상결과가 나와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치료제의 보험 범위는 대부분 임상에서보다 좁게 정해지기 때문에 현재로선 상업적인 전망이 밝지 않다”고 내다봤다.






남두현 기자 hwz@paxnetnews.com

'거품 논란' 벗어날지 관심
암세포만 골라 공격하는 치료제…20여國서 글로벌 임상 3상 진행
"판매허가 땐 시장성 크다" 기대…수익모델 없지만 코스닥 시총 2위

상반기 임상 '중간평가'가 변수

[ 이지훈/김진성 기자 ] 코스닥 시가총액 2위 바이오 기업 신라젠이 3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수혈한다. 자기자본 기준 9위 증권사인 키움증권이 투자에 나선다. 이번에 끌어모으는 자금은 이 회사가 개발 중인 면역항암제 ‘펙사벡’의 글로벌 임상 3상 등에 사용된다.

대규모 자금조달 나선 신라젠

1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신라젠은 전환사채(CB) 발행 등을 통해 키움증권과 자산운용사 등으로부터 각각 1500억원씩 총 3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기로 했다. 이번에 발행하는 CB의 이표금리는 연 1%, 만기수익률은 연 4% 수준이다.

후순위 출자자의 수익률은 이보다 높은 연 8% 안팎으로 알려졌다. 이번 거래를 주도하고 있는 키움증권은 후순위 출자자를 구하는 대로 신라젠의 자금확충 일정을 확정지을 계획이다.

신라젠은 유전자 재조합으로 만들어낸 바이러스를 이용해 면역항암 치료제를 개발하는 바이오 기업이다. 차세대 신약으로 꼽히는 이 회사의 펙사벡은 우두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재조합해 만든 항암 바이러스로,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공략한다.

펙사벡이 암세포를 골라내면 환자의 면역체계가 이를 위험물질로 인식해 공격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면역항암제로는 다국적 제약사 암젠이 내놓은 ‘임리직’이 유일하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2021년까지 전 세계 면역치료제 시장이 140조원 규모로 커질 것”이라며 “펙사벡 상용화에 성공하면 이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상 3상 확대

신라젠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펙사벡 글로벌 임상 3상 허가를 2015년 받았다. 2016년 12월엔 이를 발판삼아 기술특례 절차를 통해 코스닥시장에 입성했다. 현재 미국, 중국 등 전 세계 20여 개국에서 600여 명의 간암 환자를 대상으로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국내 바이오·제약 회사 중 면역항암 치료제로 글로벌 임상 3상을 하는 첫 사례다.

신라젠은 이번에 확보한 자금 중 약 1000억원을 임상 3상 규모 확대에 사용할 예정이다. 나머지는 연구개발(R&D) 등에 쓴다. 신장암, 대장암, 유방암 등으로 펙사벡의 적용증을 확대하기 위한 공동연구를 이어갈 방침이다.

새로운 신약 후보 물질 ‘JX-970’에 대한 전임상도 추진하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자금조달에 성공하면 임상 3상에 필요한 자금에 더해 여윳돈을 확보하게 된다”며 “신라젠이 자금 부담에서 벗어나 안정적으로 R&D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용성 평가 통과할까

펙사벡 상용화에 전력투구하고 있는 신라젠은 아직 마땅한 수익모델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2017년에 연간 570억원, 작년 1~3분기에 471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이날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5조2280억원으로, 코스닥시장 2위다.

올 상반기는 펙사벡 상용화 성공 여부를 가늠할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임상시험 평가를 담당하는 글로벌 자문기구 ‘데이터모니터링위원회(IDMC)’가 펙사벡의 임상 3상에 대한 무용성 평가를 발표하기 때문이다. 무용성 평가는 개발 중인 의약품이 치료제로서의 가치가 있는지를 평가해 연구를 계속할지를 알아보는 시험이다.

무용성 평가를 통과하면 펙사벡 상용화는 속도를 낼 수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신라젠의 기업가치는 사실상 펙사벡에 대한 기대만으로 형성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신라젠 시총 규모가 워낙 커 펙사벡 임상 결과에 따라 코스닥시장 전체가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훈/김진성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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