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정부, 수출활력 제고 대책 확정



수출 지난달 11.1% 두 자릿수 추락

대중 수출 감소·반도체 부진 영향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던 수출이 지난달까지 3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지난달에 11.1%나 추락한 바탕에는 ‘중국’과 ‘반도체’가 자리 잡고 있다. 대중국 수출이 줄어들고 고공행진하던 반도체 단가가 하락하자 일부 품목과 시장에만 편중됐던 수출 전체가 흔들린 것이다. 정부는 수출 규모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시장과 품목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 반도체의 뒤를 이을 새 먹거리를 육성하고 신남방·신북방정책을 가속화하기로 했다. 실적 둔화로 자금융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출기업들이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쉽도록 무역금융 규모도 대폭 키우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4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제9차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수출활력 제고 대책’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중·장기 대책의 핵심은 반도체와 석유화학, 자동차에 이어 미래 수출을 이끌 ‘신수출성장동력’ 6개 분야를 선정해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한국 수출은 중국과 반도체에 편중돼 있어 대외여건에 취약하다. 그동안 중국·반도체 의존도도 강화돼 왔다. 한국 전체 수출에서 대중국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25.1%에서 26.8%로, 반도체의 비중은 같은 기간 12.6%에서 20.9%로 커졌다.

바이오·헬스 등 6개 신산업 육성

품목 편중 해소 등 체질 강화 나서


신수출성장동력으로 선정된 6개 분야는 바이오·헬스, 2차전지, 플랜트·건설, 문화콘텐츠, 한류·생활소비재, 농수산식품이다. 정부는 이 중 수출 증가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하면서 성장 가능성을 보여준 바이오·헬스와 전기차 배터리 등 2차전지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바이오·헬스 수출액은 81억5000만달러, 2차전지는 72억3000만달러로 가전(72억2000만달러)을 넘어섰다.

 

수출 효자로 쑥쑥 크는 한국 농산물 4일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열린 농식품 수출 확대 수출업체 간담회에서 한 참석자가 딸기 등 수출 농산물들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올해 러시아 대사관과 중국 광저우 총영사관 등 13개 공관을 ‘메디컬 코리아’ 거점공관으로 지정해 국내 기업에 시장정보를 제공하기로 했다. 배터리 소재와 설비에 대한 수입관세를 일시적으로 낮추는 할당관세 지원 품목은 기존 17개에서 28개로 확대한다. 이에 따라 배터리업계 관세비용이 932억원 절감될 것으로 보인다. 차세대 배터리산업 육성 펀드도 올 1분기 중에 만든다. 비제조업 분야인 플랜트·건설, 문화콘텐츠, 한류·생활소비재, 농수산식품에도 금융지원·펀드·박람회 등의 지원방안을 마련한다.

정부는 신남방지역에 기간산업과 소재·부품 분야를 중심으로 현지 진출을 돕고 한·아세안 자유무역협정(FTA) 추가 자유화 등 경제통상협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신북방지역에는 정부 간 협력채널을 통해 조선, 자동차, 플랜트 등 주요 프로젝트 수주를 돕기로 했다. 러시아, 카자흐스탄 등과 산업협력위원회, 경제공동위원회 등 정부 간 협력채널을 통해 주요 프로젝트 수주를 지원한다.

무역금융 보강, 235조원으로 확대

마케팅 지원·특별보증 신설도


정부는 중·장기적인 체질개선 대책 외에 수출기업들이 자금을 쉽게 융통할 수 있도록 하는 단기 무역금융 대책도 함께 내놨다. 무역금융을 지난해보다 15조3000억원 늘린 235조원으로 확대하고 수출단계별로 무역금융 지원 프로그램 8개를 신설하거나 확대하는 게 골자다. 제작단계에서는 일시적으로 신용도가 나빠져 자금난을 겪는 유망 수출기업들을 위해 1000억원 규모의 ‘수출계약 기반 특별보증’을 신설한다. 주력·신수출성장동력 산업 중 일시적 자금난을 겪는 유망 수출기업들에 수출계약서를 심사해 대출을 해주는 사업이다. 제도가 실시되면 우수 수출기업의 경우 수출계약서만으로 심사를 거쳐 은행에서 원자재값을 대출받을 수 있게 된다. 이 제도는 올해 2분기에 시범추진한 뒤 확대를 검토한다.

선적 후 반년 이상 자금난을 겪는 수출기업들을 위해서는 수출채권을 시중은행에서 미리 현금화할 수 있도록 1조원 규모의 무역보험공사 보증 프로그램을 4월 중 신설한다. 수출입은행이 매입하는 수출채권도 4조9000억원 규모로 확대된다. 수출기업에 원·부자재를 납품하는 간접수출기업들을 위해 매출채권을 조기 현금화할 수 있도록 3000억원 규모의 특별보증 프로그램을 만들기로 했다. 이밖에 수출마케팅에 지난해보다 5.8% 늘어난 3528억원을 지원한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수출기업이 가장 아쉬워하는 무역금융 보강과 수출마케팅 강화에 역점을 뒀다”고 말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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