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들도 이제 막 손대기 시작한 최신 신약물질 연구를 보로노이가 하고 있습니다. 염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효소 ‘RIPK1’, ‘DYRK1A’가 우리 약물의 타깃입니다. 이를 억제해 염증성 질환 환자의 질병을 치료하려는 것이지요."

최근 인천 송도 보로노이 본사에서 만난 김남두(사진) 보로노이바이오 대표(CEO)는 "RIPK1, DYRK1A 표적 임상 연구를 하는 회사는 국내에서 우리가 처음"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연세대학교 생명공학박사 출신인 김 대표는 31년 간 신약 후보 분자모델링을 해온 전문가로, 동화약품을 거쳐 대구 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신약개발지원센터 수석연구원으로 일하다 퇴사 후 보노노이 창업자 및 연구자들과 함께 창업가로서 새 길을 걷고 있다.

분자모델링·설계는 고성능 슈퍼컴퓨터를 이용한 모의실험계산으로 단백질이나 핵산 등 거대 분자들의 상호 작용과 구조 변화 등을 연구해 새로운 신약후보물질을 도출해내는 것으로 좋은 신약 개발의 첫 단추라고 할 수 있다.

김 대표는 "1987년 정부 주도 하에 시작된 국내 신약 개발의 역사는 이제 복제약 개발에서 혁신적인 신약 개발을 향하는 변곡점에 와있다고 생각한다"며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신약을 여러 개 만드는 게 앞으로의 꿈"이라고 말했다.

하버드대 투자…핵심 파이프라인 7개·연구인력 100명

보로노이는 미국 하버드대학교 데이나파버암연구소(DFCI)가 두 차례에 걸쳐 지분 투자를 했다. 회사 측이 1조원이 넘는 밸류에이션으로 자금 모집에 나서 시장의 주목을 끌었다.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의 김현태 보로노이 대표(CEO)와 서울대 약학대학 학·석사 출신이자 보건산업진흥원 R&D진흥본부팀장을 지낸 김대권 이사가 31년 신약 연구 경력의 김남두 박사와 LG생명과학 선임연구원을 지낸 최환근 박사 등을 설득해 창업을 준비해 2015년 보로노이그룹을 세웠다. 보로노이의 자회사 보로노이바이오는 김남두 박사가, 또다른 자회사 비투에스바이오(B2SBio)는 최환근 박사가 각각 대표를 맡았다.

회사 측은 "보로노이바이오와 비투에스바이오에서 파이프라인을 발굴하고, 이렇게 개발된 최종후보물질을 보로노이에서 이어서 임상·개발하는 것으로, 전문 역량을 더욱 발휘하고 개발 속도를 앞당기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김남두 대표는 "보로노이의 전체 연구인력은 100명을 넘는다"며 "국내에 이 정도 규모를 꾸리는 바이오텍은 없다"고 말했다.

◇ 보로노이의 히든 카드…‘RIPK1’ ‘DYRK 1A’를 잡아라

김 대표는 "다나파버, 국립암센터와 공동 연구 중인 뇌암치료제, 한국뇌연구원과 공동 연구 중인 알츠하이머 치료제, 하버드의대 파시 야니(Pasi Janne) 교수가 임상개발 자문 중인 폐암 치료제 등 7개 핵심 파이프라인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1개 파이프라인은 임상 2상, 4개에서 최대 7개의 파이프라인은 임상 1상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보로노이는 현재 RIPK1과 DYRK1A 신약후보물질을 모두 보유 중이다. RIPK1 억제제는 약물독성평가를 진행하고 류마티스 관절염, 루푸스염, 건선, 염증성 장질환 등을 치료 목표로 임상시험을 준비 중이다.

RIPK1, DYRK1A는 최근 규모가 큰 초대형 세계 제약사들이 주목하기 시작한 주요 표적 중 하나다. 지난해 11월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Sanofi)는 데날리(Denali)가 개발한 2개의 RIPK1 억제제에 대한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1억2500만달러(약 1421억원)를 우선 투자해 현재 임상을 진행 중이다. 사노피는 RIPK1 억제제가 개발·상업화될 경우 그 가치가 10억달러(1조137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보로노이의 히든 카드는 DYRK1A 억제제다. 이 효소 억제제는 아직까지 상용화된 약이 없는 새로운 신약 개발 경로로 해외에서도 보기 드물다. 해외에서 이를 표적으로 한 약을 개발하는 회사는 현재 사무메드(Samumed)1곳만 알려진 상태다. 이 회사는 해당 약물을 항암제로 개발하고 있지만, 보로노이는 염증성 질환으로 눈을 돌렸다.

류마티스 관절염, 건선, 염증성 장질환 등 염증성 질환은 우리 몸에서 자가면역체계가 과잉으로 활성화돼 정상세포까지 공격해 발생한다. 현재 염증성 질환 치료에는 ‘TNF-α(Tumor necrosis factor-α)’를 직접 억제하는 주사 형태의 바이오의약품을 주로 쓴다. 지난해 연매출 약 23조원을 기록한 애브비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나 암젠의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 ‘엔브렐’이 대표적인 TNF-α 억제제다.

이 회사가 개발 중인 RIPK1과 DYRK 억제제는 현재 출시된 주사 형태의 치료제와 다른 경구용 치료제라는 점에서 향후 시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김 대표는 "먹는 약은 병원을 찾아 주사를 맞아야 하는 불편함과 주사 바늘로 피부를 찔러야 하는 고통에서 자유롭다는 장점을 갖는다"며 이 때문에 고령 환자가 많은 류마티스관절염의 특성상 치료제 개발 추세 역시 경구제로 다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염증성 질환 분야 파이프라인 가운데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DYRK 1A 억제제가 있다"며 "이 물질은 면역 세포의 일종인 T-cell 분화에 특이적인 특징을 갖고 있어 큰 잠재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보로노이의 DYRK1A 억제제는 류마티스 관절염을 유발한 쥐 실험에서 엔브렐과 동등한 수준의 신장 독성을 보였다. 염증성 질환 치료제에서 가장 중요한 안전성을 확인한 셈이다. 이에 따라 보로노이는 오는 5월 중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한 안전성·유효성 평가 임상 1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임상 결과에 따라 보로노이는 해외로 RIPK1과 DYRK1A의 기술 수출을 타진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연구개발비 투자 대비 최적화된 계약금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임상2상 단계에서 글로벌 신약으로 키워줄 수 있는 글로벌 파트너를 찾는다는 심산이다.

김 대표는 "라이선스 아웃 시점은 임상2상 전기가 최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임상 3상부터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데 무리하게 임상3상을 진행하기보다 효율적으로 글로벌제약사와 파트너십을 맺는 방법을 고려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미약품이나 SK, LG 등 국내 유수의 제약기업들이 하지 않고 있는 최신의 신약후보물질을 찾아 임상시험을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 회사의 능력"이라며 "특허 만료를 기다리기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글로벌 최신 신약에 도전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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