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10.5세대 양산..대형 LCD판가 하락폭 확대
- 애플 아이폰 판매 부진에 OLED패널도 직격탄
- D램 40%, 낸드 20% 가격↓..올 상반기 추가 하락 예상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삼성전자(005930)가 이례적인 실적 하향 전망을 통해 ‘어닝쇼크’를 사전 예고했다. 지난해까지 사상 최대 실적을 이끌어온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DS(디바이스 솔루션·부품)부문의 시장 상황이 예상보다 더욱 급격히 악화됐기 때문이다. 메모리 반도체는 전 세계 D램 가격이 지난해 4분기 이후 40% 가량 급락했고 낸드플래시도 20% 가까이 하락했다. 디스플레이도 LCD(액정표시장치)패널이 비수기와 중국 업체의 공급 확대까지 겹치며 삼성전자의 주력인 55·65인치 가격이 같은기간 10% 가량 떨어졌다. 여기에 모바일용 OLED(유기발광다이오드)패널까지 애플의 아이폰 신제품 판매 부진 여파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돼 적자 전환이 확실시 되는 상황이다. 증권업계에선 삼성전자의 실적 예고 공시 직후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을 6조원대 초반으로 대폭 낮춰잡았다. 이는 2016년 3분기 ‘갤럭시노트7’ 단종사태로 5조원대를 기록한 이후 10분기 만에 최저 수준으로 메모리 ‘슈퍼사이클’ 이전보다도 못한 실적이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중국發 공급과잉에 LCD 판가 하락…OLED도 아이폰 판매 부진 직격탄

삼성전자가 26일 공시에서 시장 컨세서스(전망치) 하회를 가장 먼저 거론한 분야는 디스플레이 사업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하반기 스마트폰 성수기 영향으로 3·4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 안팎을 기록했고 연간 수익도 2조 6200억원 선으로 양호한 편이었다. 그러나 불과 1분기 만에 디스플레이 사업은 적자 전환이 기정 사실화되고 있다. 증권업계는 삼성디스플레이의 1분기 영업손실이 3000억~70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올 들어 세계 LCD 패널 시장은 TV 업계 비수기 여파로 수요가 감소하고 가격도 삼성의 주력인 55인치 이상 대형 패널을 중심으로 하락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BOE 등 중국 패널업체들이 10.5세대 공장을 본격 가동해 대형 패널의 공급 증가에 따른 가격 하락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의 10.5세대 공장은 65인치 LCD 패널 8장을 한번에 찍어 낼 수 있어 우리의 8.5세대(최대 3장)보다 대형패널 생산 효율이 높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65인치 LCD TV용 패널 평균 가격은 지난해 10월 241달러였지만 이달엔 213달러로 11.6%나 떨어졌다. 55인치 가격도 같은기간 9.1%(154달러→140달러) 하락했다. 32·43·50인치 TV용 패널 가격이 올 들어 1~5% 반등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형 LCD패널은 차이나스타(CSOT) 등 중국 업체들의 생산 능력이 계속 늘어나며 향후 시장의 불확실성이 더욱 증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적 악화의 또 다른 원인은 삼성디스플레이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중소형 OLED 패널 사업이 애플의 아이폰 신제품 판매 부진으로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삼성은 전 세계 중소형 OLED 패널 시장 점유율이 95%를 넘고 애플에도 사실상 패널을 독점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 출시한 아이폰 신제품 판매가 기대에 못 미치며 감산에 들어갔고 애플의 2019년 1분기(2018년 10~12월·회계연도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도 각각 4.5%, 11.1% 줄었다. 이에 OLED 패널을 공급한 삼성의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김선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디스플레이 사업은 ‘갤럭시S10’의 판매 호조에도 불구하고 애플의 주문 감소가 실적 부진을 원인이 되고 있다”며 “올 하반기에는 IM(IT·모바일) 부문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올 상반기 메모리값 하락세 지속…예상보다 내림폭 커

2016년 하반기 이후 2년 넘게 ‘승승장구’하던 반도체 사업도 급격한 메모리 가격 하락 탓에 올 1분기 실적이 전망치를 크게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업계의 반도체 사업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애초 4조원 중반~5조원 중반 선에서 3조원 중후반~4조원 초반대로 20% 가량 대폭 하향 조정됐다. 반도체 시장조사기관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램(DDR4 8Gb 1Gx8 2133MHz PC향 범용제품) 고정거래가격은 지난해 9월엔 8.19달러였지만 다음달인 10월부터 가파른 내림세로 돌아서 지난달엔 5.13달러로 37.4%나 떨어졌다. D램 가격이 5달러 대로 하락한 것은 2017년 3월(5.18달러) 이후 약 2년 만이다. 낸드플래시(낸드 128Gb 16Gx8 MLC 메모리카드/USB향 범용) 가격도 4.22달러로 같은 기간 16.8% 떨어지며 2017년 2월(3.95달러)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업계에선 계절적 비수기 영향까지 겹치며 이달 말 발표될 메모리 가격도 하락 추세가 지속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인텔의 차세대 CPU(중앙처리장치)도 오는 3분기께 출시될 예정이어서 올 상반기 내에는 메모리 값의 상승 반전이 어려울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어규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모리는 1분기 비수기 진입에 따른 수요 약화와 가격 하락 폭 확대로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전분기 대비 각각 24% 가량 하락할 것”이라며 “2분기에도 추가적인 메모리 가격 하락에 따른 재고 소진과 출하량 증가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양희동 (eastsu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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